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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판 흔든 태국-인도네시아 선수 ‘동남아 열풍’

'아시아쿼터' 첫 도입, 여자부 올스타 2명 선출...'히잡거포' 선풍 인도네시아 관객도

 

 

폰푼, 위파위, 타나차, 메가, 필립스, 톨레나다...

 

올 시즌 ‘아시아 쿼터’로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경기에 뛰고 있는 동남아 선수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국내 선수, 비아시아 외국인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뽐내며 여자배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폰푼(IBK기업은행), 위파위(현대건설), 타나차(한국도로공사)은 태국 출신이고, 메가(정관장)은 인도네시아, 필립스(페퍼저축은행), 톨레나다(GS칼텍스)는 필리핀 출신이다.

 

대한배구연맹(KOVO) V리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사상 첫 아시아쿼터 도입을 통해 일본, 대만,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총 6개국 선수들에게 문을 열었다. 남녀부 각 팀은 1명씩 아시아 국적의 외국인 선수들을 추가 영입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맡은 아시아 선수들은 판을 뒤흔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태국의 ‘아시아세터’ 폰푼, ‘히잡’을 쓴 메가는 팬과 인기를 다 잡았다. 이 두 선수는 아시아쿼터 선수로 처음 발길을 내딛게 된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 태국 출신 ‘폰푼’, 감독-동료 한 목소리 “7개 구단중 최고의 세터” 극찬

 

IBK기업은행은 전체 1순위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26)를 택했다. 폰푼 게드파르드는 2010년대 태국을 대표하던 세터 눗사라 톰콤의 뒤를 잇는 태국의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아시아 최강국 태국 출신 세터답게 폰푼에 대한 평가는 한국국가대표 명 세터 출신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말 한마디로 증명되었다.

 

12월 23일 IBK기업은행은 화성 홈경기에서 선두 현대건설에 3-2 승리를 거뒀다. 김호철 감독은 “폰푼은 7개 구단중 최고의 세터다. 1등 세터다”라고 평가했다.

 

동료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도 “폰푼은 세트와 블로킹, 수비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함께 뛰어 본 세터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 인도네시아 출신 이슬람교도 ‘메가’, 히잡거포로 인기 선풍

 

메가왓티 퍼티위(24·등록명 메가) 선수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3순위로 지명되었다. 인도네시아 출신 이슬람교도로 올 시즌 한국 여자배구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메가는 히잡을 쓰고 팔다리에 토시(덧소매)를 낀 뛰는 모습도 이색적이지만 그의 날카로운 공격 활약에 팬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메가트론’이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속 로봇 이름이다. 실력은 ‘메가톤급’이다. 1라운드에서 득점 138, 공격성공률 48.46%으로 MVP를 차지했다. 정관장 구단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도 개막하자마자 무려 5배가 늘었다.

 

3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정관장이 치른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377점을 올리며 서구권 출신 용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메가의 인기는 경기장의 풍속도도 바꾸었다. 정관장의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에는 인도네시아 국기가 펄럭일 정도였다. 국내 거주하거나 관광을 온 인도네시아인들이 메가의 경기 모습을 보려고 체육관을 찾는 진풍경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 위파위-타나차-필립스도 ‘알토란’ 실력 ‘동남아 열풍’ 한몫

 

태국 국가대표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또다른 선수가 현대건설의 위파위 시통(24, 등록명 위파위)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타나차 쑥솟(23)다.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 정확한 오픈 공격과 집중력 높은 수비로 팀 승리에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필리핀 출신 페퍼저축은행의 필립스(28) 등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

 

 

아시아 쿼터는 현재 팀당 1명씩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 제도와는 별도로 아시아 대륙 출신 선수를 뽑는 제도다. 올시즌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됐을 때 배구팬들은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한국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그나마 최근 2~3년 사이에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태국 선수들이 많이 지원했다는 점에서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전에 참가하면서 한국배구연맹도 팬들도 이들의 활약에 고무됐다. 토종선수의 설 자리가 좁어진다는 비판 속에서도 이제는 모두 “아시아 쿼터 시행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루꼬리만큼 남은 세밑, 여자배구 경기장의 동남아 열풍이 새삼 반갑기만 하다.

 

한편 기존 아시아쿼터 선수는 동아시아 4개국, 동남아시아 6개국 등 총 10개국에서 뽑았다. 다음 시즌부터는 아시아배구연맹(AVC)에 등록된 65개 전체 회원국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를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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