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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승 교수 “랑싯대 찾은 박용민 대사, '한국어가 한류' 특강 기뻤다”

박용민 주한 태국한국대사 ‘한–태 관계와 차세대를 위한 기회’ 특별강연 200명 열기 후끈

 

랑싯대학교는 태국의 빠툼타니 주에 위치한다. 어느 대학보다 한국어 교육에 많은 힘을 쏟는 대학으로 잘 알려졌다. 2000년 태국에서 13번째 한국어과가 생겼다.

 

이 대학 한국어과 설립을 주도한 이가 정환승 학과장. 그는 태어난 1958년 10월 1일. 알고보니 한국과 태국이 공식 수교한 해였다. 1983년 한국외대 태국어과에 입학해 정년퇴임하는 2023년까지 태국어와 태국문화에 홀린 듯이 살아왔다.

 

1995년 태국 쏭클라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4월 추안 릭파이 총리 방한시 김대중 대통령 통역, 2003년-2005년 탁씬 친나왓 총리 방한시 노무현 대통령 통역 수행으로 잘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23년 한국외대 태국어과 정년 퇴직 이후 인생 후반전은 랑싯대 한국어과에 둥지를 틀었다. 정 교수는 언어학자로 언어뿐만이 아니라 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이제 태국과 한국 젊은이를 잇는 ‘한류’ 노둣돌 역할을 하고 있다.

 

랑싯대학교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현재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500명에 육박하고 있는 학교다. 11월 4일 박용민 주태국 한국대사가 랑싯대를 방문했다. 학생회관에서 200명을 상대로 ‘한–태 관계와 차세대를 위한 기회’라는 특강을 했다.

 

 

아팃 우라이랏 총장의 환영사에 이은 정환승 랑싯대 한국어과 학과장이 한국어 교육 현황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랑싯대 학생들은 평소에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태국 한국대사의 강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정 교수에게 박용민 대사 특강에 대해 물어봤다.

 

■ 박용민 대사, 한국어 교육 활발한 태국 여러 대학 순방

 

Q. 랑싯대에 박용민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가 방문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교수님과 인연인가? 랑싯대에 알고 있어서인가? 어떤 계기로 찾았나?

 

A.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은 없다. 2년전 최영석 감독 배 태권도 대회가 랑싯대에서 개최되었을 때 처음 만나 인사드리고 이후 한국어 관련 세미나나 연수 등 학술 관련 행사 때 몇 번 더 만난 적은 있다. 최근 주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태국 여러 대학을 순방하며 특별 강연을 하고 있는데 랑싯대학교도 그 중의 하나여서 특별 강연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Q. ‘한–태 관계와 차세대를 위한 기회’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해주었다. 내용을 소개해주시고, 랑싯대 학생들의 반응을 어땠나?

 

 

A. 강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과 태국은 1950년 한국전쟁 파병을 계기로 깊은 우정을 쌓았다. 1958년 수교 이후 2012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약 148억 달러(약 21조 4,792억 4,000만 원)에 이르고 한국 기업 400여 곳이 태국에서 활동 중이며,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태국의 한국어 학습 인구는 중등-대학을 포함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매년 태국 학생에게 장학금과 유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교육원은 한국어 교사 파견, TOPIK 운영 등으로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D-10 비자 완화로 태국 학생들의 한국 취업·인턴십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KOTRA의 취업 플랫폼과 K-MOVE 박람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소프트파워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팬덤을 보유해 문화 교류의 기반이 탄탄하다. 최근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동위원회 출범으로 문화산업 협력도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와 직업적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랑싯대 학생들은 평소에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태국 한국대사의 강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평소 강의실에서 일부 배운 내용도 있겠지만 이번 특별 강연 내용은 학생들에게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고 나아가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 “박 대사, 태국어 구사시에 발음과 문법이 정확해서 많이 놀랐다”

 

Q. 짧은 시간이지만 간결하게 핵심을 짚어가며 설명해주신 덕에 강연 후에도 여운이 짙게 남았다. 나도 많이 배웠다. 정환승 교수님도 여운이 남았고, 많이 배웠다는 의미는?

 

A.랑싯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나는 언제나 학생들이 한국을 꿈꾸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했다. 한국과 태국의 관계 발전, 활발한 문화 교류, 그리고 최근 한류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이끌면서,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더욱 큰 열정과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번 박용민 대사는 한국과 태국 관계의 과거·현재·미래를 핵심만 골라 명확하게 전달해 매우 인상 깊었다. 한국전쟁 파병에서 시작된 두 나라의 깊은 연대, 수교 이후 경제·교육·문화 전 분야에서 이뤄낸 성장, 그리고 장학제도·비자 완화·취업 연계 등 미래 세대를 향한 실제적 기회들이 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특히 태국 내 한국어 교육의 폭발적 성장과 양국 소프트파워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와 인적 교류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만들어낼지 상상하게 했다. 강연은 정보 전달을 넘어 울림이 있는 여운을 주었고,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넓혀주었다. 나 역시 이번 강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Q. 대사님은 태국의 젊은이와의 접점을 어떻게 이어가나?

 

A.이번 강연은 영어로 작성한 PPT를 사용하고 설명은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박용민 대사는 첫 인사말을 태국어로 하고 한국어로 강연을 하면서 중간 중간에 핵심 용어들은 태국어나 영어로 풀어 설명하기도 했다. 중요한 부분은 단순한 어휘 몇 개가 아니라 짧은 태국어 문장을 사용하면서 보충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태국 학생들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통 방식이다.

 

박용민 대사는 스스로 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태국어 구사시에 발음과 문법이 정확해서 많이 놀랐다. 이러한 소통방식으로 랑싯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 랑싯대 부임 벌써 2년...캠퍼스에서 한국어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Q. 교수님이 태국에 갈 때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나. 보람이 있는가?

 

A. 랑싯대학교에 부임한지가 2년이 넘었다. 처음 왔을 때보다 학생들의 얼굴과 표정에서 한국어에 대한 진지함과 자신감이 읽혀진다. 처음엔 오가다 만나도 한국어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캠퍼스 안이나 밖에서 만나면 한국어로 인사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강의실에서도 예전보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고 한국어 성취도도 많이 높아졌다. 한국으로 단기 연수나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숫자가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

 

Q. 교수님이 올해를 돌아보고 이룬 것과 이루고 싶은것

 

A.현재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다. 취업을 하든 유학을 하든 TOPIK 시험 등급을 요구한다. 대개는 TOPIK 4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토픽 시험을 보는데 TOPIKⅠ의 경우에는 응시료가 1,000바트이고 TOPIKⅡ의 경우에는 1,100바트를 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그래서 랑싯대학교는 최근 한국어 교육사업 업체인 유비온과 협업으로 토픽교재 개발, 온라인 토픽강좌 개설, 그리고 모의 토픽시험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의 토픽 시험의 응시료를 대략 100바트로 산정할 예정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랑싯대학교에 “랑싯-유비온 한국어능력개발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랑싯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태국의 모든 한국어 학습자들이 적은 부담으로 TOPIK 대비 한국어를 학습하고 TOPIK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한국-태국, 상호간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매우 중요하다.

 

Q. 태국과 한국이 점 가까워지는 비법은?

 

A.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나라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어다. 따라서 한국의 태국어 학습자들이나 태국의 한국어 학습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언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언어를 바탕으로 상호간 문화에 대한 탐구와 학습, 그리고 이해와 존중이 중요하다.

 

상호간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한국과 태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많은 태국인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언어 소통과 문화 충격일 것이다.

 

한국은 고등학교 과정에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 않지만 태국은 고등학교에서 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나고 대학입시에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류를 바탕으로 태국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태국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앞으로 상호 문화적 관심과 존중 그리고 친화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한국인들이 태국 문화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Q. 더 말하고 싶은 것은?

 

A. 랑싯대학교 한국어과가 이 지역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어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고등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강좌를 개설하여, 누구나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작은 꿈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랑싯에서 만나는 한국, 문화로 마음을 잇다” 이것이 올해 랑싯대 한국문화대축제의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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