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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미-중 통상분쟁은 ‘기술패권 경쟁’...미국의 위기의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과 시사점

 

“미-중 통상분쟁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결정한 이후 미-중 통상분쟁은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미-중 통상분쟁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 무역 및 투자제재 확대를 이유로 미-중 간 갈등의 본질이 관세전쟁이 아닌 기술패권 경쟁”이라고 제시했다.

 

보고서 중 ‘국방 전략 대응 최우선 순위가 대테러리즘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될 정도로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는 대목은 시사적이다.

 

이어 ‘통상 측면에서도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고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나머지 스스로 구축해오던 자유주의 국제질서마저 훼손하면서까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는 모두 미국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원호-나수엽-박민숙-김영선 4인이 한 연구는 미국의 301조 조사 보고서와 화웨이 사태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 무역 및 투자제재 확대를 이유로 미-중 간 갈등의 본질이 관세전쟁이 아닌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작성되었다.

 

■ 첨단기술의 발전이 안보 및 패권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보고서는 첨단기술의 발전은 안보 및 패권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기술은 민군겸용(民軍兼用, dual-use)이 가능하며, 앞으로는 첨단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할수록 경제적-군사적 패권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5G, AI, 빅데이터 관련 기술, 로봇, 항공우주,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슈퍼컴퓨터 모두 민군겸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첨단기술과 관련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제2장에서는 중국의 과학기술 육성 정책, 첨단산업 육성 전략,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전략을 살펴보았다.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은 하루아침에 달성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정부 수립 초기부터 기초과학, 국방과학, 항공우주 등의 과학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경제건설이 국가의 중심과제가 됨에 따라 ‘과학기술이 생산력’이라는 인식 아래 과학기술 발전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특히 최근 시진핑 정부는 전 세계를 주도하는 ‘혁신강국(革新强國)’ 건설을 목표로 글로벌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오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각종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기술패권에 대한 보고서의 언급은 ‘어쩌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Pax Sinica)’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팍스 시니카’의 서막이 미-중 간 기술패권(Techno-hegemony) 전쟁 또는 미-중 간 기술냉전(Technology Cold War)이라고 판단된다’고 기술했다.

 

 

■ “중국은 현재 실질 GDP 세계 최대국가...혁신생산성 2014년 이미 추월”

 

제3장에서는 중국이 현재 실질GDP(PPP 기준)와 무역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국가이며, 군비지출, R&D지출 및 국제특허 출원 측면에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국가로 성장한 사실을 각종 통계를 통해 살펴보았다.

 

또한 미-중 간 기술격차를 이해하기 위해 국제특허 데이터를 이용하여 중국의 혁신생산성이 2014년 이후 미국을 추월하였다는 사실을 구조적 추정 모형(structural estimation model)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밝혔다.

 

보고서에는 ‘역사를 돌이켜 보면 16세기의 스페인, 17세기의 네덜란드, 18세기 프랑스, 19세기 영국, 20세기 미국으로 패권국은 변천해왔다. 미국의 GDP성장률을 매년 2%, 중국의 GDP 성장률을 매년 6%로 가정하면 중국의 명목GDP는 2030년쯤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Pax Sinica)’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4장에서는 중국의 과학기술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과 대중제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미국은 중국이 WTO 가입 이후 자유경쟁에 기반한 무역과 투자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정부 주도의 중상주의 정책을 활용하여 성장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불법적이고 불공정하게 중국의 손에 넘어간 자국의 기술이 자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침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와 투자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2019 국방수권법 889조’ 그리고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의 내용과 적용 사례 및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에 중국은 팃포탯(tit-for-tat) 전략이 아닌 ‘새로운 대장정’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은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 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 개발 강화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5G를 통해 자동차(자율주행) 분야를 비롯하여 스마트 제조(공장자동화), 스마트 시티, 공공안전(CCTV) 등 전 산업에 걸친 발전을 꾀하고 있으며, 이미 5G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 미-중 간 갈등이 없는 환경이 한국에 최선...장기화 전망 ‘위기의식’

 

제5장에서는 향후 미-중 간 갈등의 양상을 전망함으로써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장단기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미-중 간 갈등이 없는 국제 환경이 외교적으로나 경제성장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가장 최선이다.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될수록 정책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고 이익의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 및 기술패권 경쟁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미국 내 초당적 반중정서, 갈등의 제도화, 중국의 강경한 자세 등의 이유로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대중제재가 주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대중제재 확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최근 미국의 대중 무역규제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으며 금융제재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할수록 중국은 첨단기술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첨단산업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미 우리보다 앞서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의 과학기술, 산업, 경제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양국 모두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의 중일(中日)관계가 보여주듯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다면 국익 실현을 위한 자율적 공간 확보가 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란, 바로 ‘기술력’을 말한다. 우리는 기술혁신 역량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만 타국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고 타국과의 협력 기회도 존재하는 시대를 맞이하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보고서 ‘2020 미 대선 분석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중 누가 차기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향후 미-중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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