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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4] 베트남 소수민족 작가 낌녓의 ‘천지가 진동할 얘기’

베트남 잘라이성 소수종족 바나족 출신 작가의 단편소설 ‘천지가 진동할 얘기’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 <여행자의 전설> <이웃(HÀNG XÓM)>에 이어 <천지가 진동할 얘기(Chuyện Động Trời)>를 싣는다. 소수 종족 출신 작가 낌녓은 잘라이성 서부 고원지대에 사는 바나족을 주로 다뤘다 <편집자주>

 

‘천지가 진동할 얘기(Chuyện Động Trời)’

 

어린 두 자식과 아주 행복하게 살던 아미힌 부부에게 다툼이 벌어지고 이혼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자 양가는 아주 많이 당황했다. 양가는 한 달 내내 교대로 그들을 방문해서 화해시키려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혼하게 되면 두 아이는 아비 없는 자식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애들이 불쌍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어떤 말도 그들 부부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잘못을 돌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잘못을 돌렸다.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양가의 부모들이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이 길만이 서로에게 좋은 길’이라고 했다. 노인이 아무리 물어도, 화해를 시키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고개를 떨구고 돌아갔다. 그러나 노인은 몰래 이장에게 이혼을 허가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이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을 이장이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부부는 한 집에 살아야 했다. 한 집에 살았지만,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 남편은 어머니 집이나 군청에 가서 밥을 얻어먹어야 했다. 집에는 두 아이와 엄마만 있었고, 귀여운 딸은 열 살로 5학년이고 아들은 이제 세 살로 아직도 엄마 등에 업혀있었다. 그들 부부는 가족 계획을 했기 때문에 둘만 두었다. 딸 허이우옌은 아버지가 같이 밥을 먹지 않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엄마, 왜 아빠가 집에서 같이 밥을 안 먹어요, 아빠가 바쁘신 모양이지요?”

“아빠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다. 다시는 묻지 마라!”

허이우옌은 엄마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의아해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평온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대면만 하면 다투고 싸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들의 일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마을 내에서 그와 같은 싸우고 울고 하는 일은 부족하지 않았다. 특히 대를 잇는 문제나 남편의 술주정 때문에 생기는 일은 흔했다. 그러나 싸우고, 울고 하면서도 여전히 늙을 때까지 같이 살았다.

 

아미힌의 부부싸움과 이혼에 이른 문제는 남편이 시내에 출장 갔다 돌아온 후부터 생겼다. 사실 남편이 직장에서 출장 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출장은 저번과 비교해서 더 오래였고, 잘못된 것은 집에 돌아와서 아주 심하게 앓았다는 것이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열이 나고, 온몸에 두꺼비처럼 붉어지고 아랫도리에는 주먹만 한 것이 돋아나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피부에 불그스레한 돌기가 돋아나서 밖에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 그녀는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을 생각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귀를 막고 생각해냈다. 아 그것이다! 그것은 에이즈에 걸린 자의 증상이었다.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에이즈가 쉽게 전염되는 병인지 아닌지는 알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의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걱정 속에서 산다는 것은 극형 이상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안다면 이것은 천지가 진동할 얘기였다. 다른 마을에까지 전파될 것이고, 그러면 세상 사람들의 욕지거리와 멸시의 눈초리를 받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도립병원에 입원시켰다. 남편 역시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피검사를 받았다. 그녀는 간호사를 따라가며 속삭였다.

“남편의 피에 무슨 병이 있나요?”

“오후에나 알 수 있어요!”

 

그녀는 힘없이 남편의 병상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약을 먹고 링거를 맞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편은 여전히 아주 피곤해 보였다. 눈은 들어가고 몸은 야위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을 보고는 불쌍해서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틀림없이 남편은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위안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바늘이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가 왜 그렇게 긴지…. 오후 2시가 되어야 피검사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한 시간 뒤에 그녀는 검사실로 가서 결과를 알아볼 요량이었다. 한 시 정각이었다. 그녀가 아이를 등에 업고 나가려고 하는데 남편이 깨어나 ‘어어’ 하고 소리쳤다. 간호사가 달려와 남편이 소변을 보려고 한다며 그녀에게 침대 밑에 있는 변기를 대라고 일러주었다. 그녀는 마치 기계처럼 반사적으로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변기를 갖다 댔다. 남편의 소변은 보통 때와는 달리 불그스레하고 냄새가 지독해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의심이 검사실로 가기 전에 생각했던 대로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졌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간호사들끼리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 에이즈에 걸렸고, 그 중에 하나는 소수 종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서둘러 병실로 돌아왔다. 남편은 여전히 열이 나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타인을 보듯이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나서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여보! 여보! 당신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는군요. 퇴원하면 말하겠어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는지 아니면 부인의 억울한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무슨 일이야?’라고 말하려는 듯 쳐다보고는, 아무 말이 없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복도로 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 없는 질문이 제기되었으나 답을 찾을 수 없었고, 너무나 슬프고 억울하여 눈물이 흘렀다.

 

“아미힌!”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았다.

“아! 아미직!”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서 아미직에게 누구 병문안 왔는지를 물었다. 아미직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들놈이 교통사고로 응급실로 실려 왔어.”

그녀는 응급실을 가리켰다.

“아! 그래요, 그가 받았는지 아니면 받혔는지….”

 

“그놈이 받았지. 그래서 경찰이 오토바이를 회수해 갔어. 오토바이를 탈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여러 번 일렀지. 그런데도 둘, 셋씩 태우고 사람이 많은 길이든 적은 길이든 달리더니만…. 그놈이 놀기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오토바이를 사고 싶지 않았지. 그러나 그놈이 어찌나 졸라대는지…. 집이 가난할 때는 그놈도 그런 말 안 했어. 그런데 돈도 있고 형편이 나아졌어도 안 사줬지. 친구들이 모두 새 오토바이를 가진 것을 보고는 욕심을 내는 거야. 제 아버지는 자식이 안됐다고 생각했지. 종일 우울해 있는 것을 보고는 아버지가 삼천이백만 동을 주고 새 오토바이를 사줄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제 오토바이는 부서지고 사람은 다치고, 게다가 피해자에게 치료비와 수리비를 보상하게 되었으니….”

 

“가서 아이가 깨어났는지 봅시다.”

아미힌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남편의 에이즈 때문에 속이 타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애를 태우는데 그녀의 불효자식 얘기를 귀 따갑게 듣기 싫어서였다. 모두 하늘이 진동할 얘기였다. 응급실에 들어서니 너댓 명이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팔, 다리, 얼굴을 모두 붕대로 감고 링거를 맞고 있었다. 세 사람은 수혈하고 있었다. 아미직은 다섯 번째 침대에 누워있는 청년을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놈이야! 동네에서 제일 잘생긴 놈인 것 알지? 열여덟 살부터 때 동네 처녀들이 따라다니던 놈이었는데…. 이제 다리는 부러지고 팔은 중상을 입었고, 얼굴은 말할 필요도 없어. 이제 장가도 못 갈 형편이야!”

 

아미직의 남편이 들어왔다. 아내가 끝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자식이 아픈데 어미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

아미직은 아미힌의 손을 잡아끌면서 천천히 나가며 말했다.

“남편의 성격이 언제나 그래. 정말 지겨워! 아! 그런데 아미힌은 누구를….”

“남편이 입원한 지 나흘 되었어. 별 약을 다 먹였는데도 아직도 반 혼수상태야. 내 생각으로는 남편이….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그녀는 에이즈를 얘기하려고 했다가 갑자기 아미직과 그리 친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녀는 다른 동네 사람인데다 수다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해버리면 온 동네에 퍼뜨리고 다닐 것이다. 게다가 온 동네가 그녀도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을 생각하자 그녀는 몸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의 이상한 행동은 아미직의 호기심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미직은 본래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좋아하는 여자였고, 듣고 나서는 속에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하고는 함께 평론했다. 통상적으로 그러한 방식으로 얘기가 전파될 때는 대부분 더 기묘하고 흥미가 끌리도록 간장이 쳐지고 소금이 뿌려지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그들의 입놀림이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것을 모른다.

 

그날 만남에서 아미직은 아미힌 남편의 증상에 대해서 다시는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보고들은 동네, 면 심지어 병원 내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여주었다. 아미힌은 주저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남편의 증상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아, 그래요? 확실히 알고 싶으면 의사에게 피검사를 의뢰하면 돼. 전염을 주의하고! 같이 식사하지 말고 특히 퇴원해서는 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나도 알아요.”

아미힌은 그녀의 말을 끊고는 계속 말했다.

“며칠 전에 남편의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의사한테 물으니 남편의 핏속에 무슨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아미힌 남편의 에이즈 얘기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았고, 의사 역시 검사 결과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미힌이 의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얘기는 그쯤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미직의 확성기는 멈추고 싶지 않은 듯했다. 퇴원한 후로 아미직은 자주 아미힌의 집에 놀러 왔다.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인 양 이런저런 속이 있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미직이 말했다.

 

“자네가 동생 같아서 그렇게 권했던 것인데, 자네마저도 에이즈에 걸린다면 내 속이 어떻겠나?”

그때부터 그녀는 남편을 냉대했다. 밥도 따로 먹었다. 남편이 손을 대거나 입을 낸 물건은 비누로 씻고 나서 또 끓였다. 밤에는 남편을 침실에서 밀어냈고, 남편이 사용하는 것은 별도로 놓아두고 대화도 아주 적어졌다. 처음에 남편은 무슨 일로 아내가 그렇게 갑자기 돌변했는지 알 수 없었고,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대답은 안 하고 이혼만을 요구했다. 본래 어질고 말수가 적었기 때문에 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내가 요즘 자주 아파서 자네를 힘들게 했지? 자네가 싫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그러나 깊이 생각한 것인가? 이혼하려면 이장과 양가 어른들이 물을 것인데 대답을 할 수 없잖아.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이혼을 허가하지 않을 거야.”

 

“양가에서 동의하든가 안 하든가 나는 이혼할 거예요. 그리고 그들이 묻고 싶은 것은 당신이 어찌 대답할지 알겠지요. 당신이 내게 잘못한 것이지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면 바로 말해야 내가 고칠 것 아닌가. 말을 안 하면 어찌 알겠는가?”

그는 놀라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대들었다.

“안 그런 척 마세요! 당신 죄는 당신이 알잖아요!”

“나 안 그런 척하지 않아! 나 잘못 없어!”

 

그가 억울해서 소리치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한참 후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잘못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어요. 이제부터 우리 모자는 따로 먹고, 따로 자고 마치 우리 결혼생활이 끝난 것처럼 따로 생활하겠어요. 서로를 침범하지 맙시다. 이혼 절차가 끝나면 당신은 당신 어머니 집으로 가서 새 출발하세요. 당신에게 보상해 달라고 안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보상해 달라고 안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마라! 그녀의 그 말은 그에게 아내의 정절을 의심케 했다. 아내에게 남자가 생긴 것인가? 어느 놈을 사랑하는 것인가? 어떤 놈이지? 그놈이 우리 동네 놈인가 아니면 다른 동네 놈인가? 그리고 저들이 언제부터 나 몰래 좋아했는가? 아, 하늘이여! 그가 예상치 못한 사이에 그녀가 고무신을 바꿔 신고 그렇게 악한 여자가 되었단 말인가? 여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혼은 절대 안 해줄 것이다. 그는 어떤 놈이 감히 그의 행복을 깼는지 찾아야 했다. 어떤 놈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를 훔쳤단 말인가. 그는 반드시 그놈을 찾아내서….

 

그로부터 그는 항상 아내를 주시했다. 멀리 출장을 가는 날은 동생을 시켜 주시토록 했다. 그러나 한 달 내내 그는 아내의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커피나무를 돌보거나 논에 가거나 시장을 갈 때 여자 친구들과 어울렸다. 어떤 약속도 없었으며,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남자들과 얘기를 하는 것도 없었다. 그는 무력함을 느꼈고, 무력함을 느낄수록 화가 났다. 그는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아내와 자식에게 욕을 해댔고, 우리 속의 돼지나 소에게 욕을 할 때도 있었다. 욕이나 잔소리를 하다가 지치면 그만두었다. 그녀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렇게 ‘발작’을 할 때면 그녀는 아이를 업고 친정으로 가거나 방에 틀어박혀 울었다. 그런 상황이 한 달 이상이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동생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동생은 친척을 방문하러 아미직의 마을에 갔다. 친척 아주머니는 그에게 형이 에이즈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고 말했고, 동생이 누가 그렇게 말했냐고 물으니, 아미직이 병원에 다녀온 후 말했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자신도 두려웠다. 그는 아내와 자식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도 화를 가라앉혔다. 그는 아내에게 그것을 밝히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병원으로 가서 혈액검사를 다시 받았다. 의사는 그가 O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에이즈에 걸렸는데 의사가 감추는 것은 아닌가 해서 자세히 물었다.

 

“자네 지난번에 입원했던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네. 다행히 일찍 입원해서 발견했기 때문에 바로 치료할 수 있었네.”

그는 아내의 얘기를 의사에게 하고, 증명서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들 부부의 이혼 문제를 다룰 마을 회의가 곧 열릴 것이고 그때 이 증명서는 아주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사 이톰씨는 이해한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네. 써주고말고. 만일 산 증인이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마을회의에 참석해 주겠네.”

“그렇게 해주면 더 좋지!”

그는 기뻐서 의사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오토바이에 올라 막 가려고 하는 순간 의사 이톰씨가 불렀다.

“자네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지?”

“말해 보게나.”

“자네 부인이 자네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의심하는 일을 마을 회의에서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겠나. 그러면 온 마을이 알게 될 걸세. 다른 마을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고. 그리고 모두 다 입을 다물거나 내 말을 믿는다고 볼 수는 없네.”

“자네 말이 맞아.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의사 이톰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지금 내가 자네와 함께 가는 것이네. 내가 자네 혈액 검사서를 부인에게 보여주고 이해시키는 것인데….”

“자네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는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내게 방법이 있네. 자네는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 부인은 이혼을 요구하지 않을 거라 믿네. 그때는 자네 나에게 축하주를 한 잔 내야 해.”

의사 이톰은 농담했다.

“술만 내겠는가? 돼지도 잡겠네.”

 

그는 즐겁게 말했다.

마을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그는 의사에게 말했다.

“자네가 먼저 들어가게. 일이 끝나는 대로 나도 들어가겠네.”

“알았네. 좋은 생각일세. 그럼 먼저 들어가네.”

의사는 싱긋 웃었다.

 

의사가 아내와 얘기하는 동안에 그는 손님을 접대할 술과 안주를 사러 시장으로 갔다. 반 시간 후에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물음이 그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만일 성공한다면 돼지를 잡아 양가 어른을 모시고 그의 행복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실패한다면 다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직 짐을 싸서 어머니에게 돌아가거나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처럼 군청에 가서 합숙할 것이고, 부부의 정은 끝난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집 마당에 도착해서 이톰의 기쁜 얼굴을 보고는 승리가 손에 잡힌 것으로 판단했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없고 큰딸 아이만 창가에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그는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물었다.

“우리 집사람 어디에 있나?”

“술상 차리려고 물 길으러 갔네.”

“그녀가 나를 버리지 않았단 말이지?”

“그렇다네.”

이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말했다.

“그녀가 다 이해했어. 이제는 안심하고 일만 잘하게. 앞으로 부인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게나.”

이톰의 말을 듣고 그는 매우 기뻤다. 그는 이톰을 껴안고 말했다.

“나는 아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네. 금덩이를 준다 해도 천지가 진동할 일은 안 할걸세.”

 

2000.7.6.

 

번역: 배양수/부산외대 베트남어과 교수

 

 

 

■ 바나족 출신 낌녓은?

 

잘라이(Gia Lai)성 바나(Bahnar)족 출신 여성 작가 베트남 ‘소수종족 문학상’ 수상

 

낌녓(Kim Nhất, 1945.09 – 2022.12)은 잘라이(Gia Lai)성 바나(Bahnar)족 출신의 여류 작가이다. 1955년 월북하여, 베트남음학원에서 공부한 후 서부고원 지대의 문선대에서 활동했다.

 

통일 이후 닥락(Dak Lak)성에서 담산예술단에서 근무했다. 6개 소수 민족의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노래하며 솔로로 노래했다. 198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십여 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1998년 <이혼>이라는 소설로 소수종족 문학상을 받았다.

 

그녀의 소설은 잘라이성 대부분 서부 고원지대에 사는 바나족과 에데족에 관련된 얘기로, 그들의 솔직하고 순박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직접 목격하거나 이야기를 들은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로 이뤄졌다.

 

대표작으로 숲의 동굴(Forest Cave, 단편소설집, 1999), 바나 동화 (2000), 산의 정령(Mountain Ghost, 단편소설집, 2003), 숲의 법칙(소설, 2008) 등이 있다. 2022년 12월 2일 78세로 닥락에서 별세했다.

 

그는 “베트남에는 많은 민족이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이 다른 것처럼. 전쟁의 연기와 불의 땅이자 문학과 예술의 요람에서 태어난 남자는 매우 풍요롭고 독특하다. 그것은 내 살과 피에 뿌리를 내리고 저로 하여금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곳, 많은 마을을 가도록 자극했다. 그리고 전국의 형제자매, 친구, 동료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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