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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수 교수 "알고보면 베트남인 모두 시인" 번역서 '시인' 출간

부산외대 교수 한베 수교 30주년 베트남 번역 ‘시인’ 출간...20년간 번역

 

“베트남인이라면 전쟁보다 시를 사랑합니다. 누구나 시를 지을 수 있어요.”

 

배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는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베트남 현대 시를 번역하여 ‘시인(Thi Sĩ)’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시집에는 호찌민부터 시작하여 총 58명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그가 틈틈이 번역했던 시를 모아서 출판한 것으로, 나이 순으로 순서를 정했다고 한다.

 

베트남 현대시 초기의 서정시를 비롯하여 대프랑스 항전 시, 대미 항전시 그리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역자인 배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베트남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을 잘하지, 문학 특히,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른다”라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서 우승하자, 대표팀 사령탑인 박항서 감독을 칭송하는 시를 쓴다. 하노이 시장이 부패 혐의로 구속되자 그를 조롱하는 것도 시로 쓴다. 심지어 싸움도 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며 베트남인들의 시 사랑을 소개했다.

 

그러니까 베트남인들에게는 “시는 그들의 일상이다.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이 이름난 시인도 있지만, 그냥 보통 사람도 많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36년에 생긴 하노이 근교의 쭈어 마을에는 시회(詩會)다. 프랑스와 전쟁 중에 활동을 멈추었다가 1982년에 재설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배 교수는 “시골 농촌 마을에서 매년 8월에 마을 주민들이 지은 시를 걸어놓고 같이 감상하며 상을 주는 행사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물론 도시로 나간 고향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베트남 사람들의 시 사랑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 당나라 시가 베트남에 들어오면서 형식은 당나라 시를 빌려서 쯔놈으로 시를 지었다. 이것을 ‘당률쯔놈시’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중국 시를 쓴 것은 물론 자기들 고유의 시가 형식으로 시를 썼다.

 

그리고 프랑스가 베트남 지배를 본격화하면서 유럽의 문예사조가 베트남에 전파되고, 베트남 시도 봉건시대의 정형시에서 자유시가 등장한다.

 

 

배 교수는 “특히 1920년대에 들어와서 딴다(Tản Đà)가 낭만주의 시를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테르(Thế Lữ)는 몽상적 낭만주의, 수언지에우(Xuȃn Diệu)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쩨란비엔(Chế Lan Viên)은 망국의 설움이나 참상을 다루었다. 한막뜨(Hàn Mặc Tử)는 죽음, 피 등과 같이 섬뜩한 내용의 시를 썼다. 응웬빙(Nguyễn Bính)은 농촌의 소박한 풍경에 대해서 시를 썼다”고 대표 시인들을 소개했다.

 

한편 식민지하에서 지식층들은 쌓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연을 노래하거나 사랑, 꿈, 몽상, 향락에 빠지기도 했다.

 

비엣박의 숲Cảnh rừng Việt Bắc

 

비엣박의 숲은 정말 좋다

온종일 새가 지저귀고

손님이 오면 구운 옥수수로 대접하고

사냥한 산짐승을 구워 술잔을 기울인다

푸른 산과 파란 물, 여유롭게 거닐고

달콤한 술 신선한 차 어찌 취하지 않으랴

항전에 성공하여 다시 돌아오리

옛날의 달과 학, 이 봄과 함께.

-호치민

 

호찌민Hồ Chí Minh

호찌민(1890.5.19.~1969.0.2.)은 베트남 민족의 지도자로 소개가 필요 없는 세계적인 인물이다. ‘옥중일기’라는 한시가 유명하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 정치가, 혁명가이면서도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는 비쟈 마을Ở đây thôn Vĩ Dạ

 

어찌 당신은 비쟈 마을로 놀러 오지 않나요?

빈랑나무 위 햇빛을 보면, 빛이 고개를 들고

누구의 밭인지 옥처럼 파랗고

대나무 잎은 밭을 가린다.

 

바람은 바람길로, 구름은 구름길로

물길은 슬픈데, 옥수수꽃은 활짝

달빛 아래 나루에 머문, 저 배는

오늘 밤 제때 저 달을 실어 갈 수 있을까?

 

먼 길을 온 손님의 꿈속에서도 먼 길이지

너의 옷이 너무 희어, 볼 수가 없고

여기 안개가 짙어 흐릿하니

누구의 사랑이 더 진한지 알 수 있을까?

-한막뜨

 

한막뜨Hàn Mặc Tử

한막뜨(1912.09.22.~1940.11.11.)는 대표적인 베트남 낭만파 시인으로, 본명은 응웬쫑찌Nguyễn Trọng Trí, 중부 꽝빙성 동허이의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후에서 공부했고 16살 때부터 시를 썼으며, 애국지사 판보이쩌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베트남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의 하나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간 양국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배 교수는 “문학 분야에서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겸손하다. 바로 그러한 아쉬움을 더는 데 이 책이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58명의 작가라서 저작권 문제가 복잡했다. 생존자도 있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도 많다. 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준 베트남 문인회 회장 응웬꽝티에우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한국 독자들이 베트남 시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배양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하노이 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공부했다.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 『중고등학교 베트남어 교과서』, 등의 저서와 『시인 강을 건너다』,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정부음곡』, 『춘향전』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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