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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칼럼] 미얀마사태, 아세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망자 550여명, ‘내부 문제’ 치부 손놓지 말고 미-중, 한국 협력 해법 찾아야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두 달을 지나가고 있다. 사망자만도 550여명을 넘어서고 전국적 내전으로의 확산 가능성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도대체 아세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이 위기는 역사적으로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이 있었던 그 당시만큼 심각한 상태로 인식되고 있다.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후, 아세안의 초기대응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아세안 회원국의 입장이 다 달랐다.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정부의 입장은 “내부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입장은 아세안 방식의 하나인 ‘내정불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와 연관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고 우려의 입장을 표출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정부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는 2월 말 태국 외교부 장관과 함께 미얀마 군부 외교부 장관을 만나 외교회담을 가지면서 아세안 헌장의 법치주의 원칙과 인도주의적 접근, 억류자에 대한 방문을 존중할 것을 밝히고, ‘재선’이라는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 카드는 미얀마 시위대로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카드였다. 미얀마 시위대들은 ‘군정과 협상을 그만하라’, ‘독재자를 지지하지 말라’를 피켓을 들며 항의했다.

 

이로써 첫 번째 움직임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아세안의 첫 입장이 나온 것은 미얀마 사태의 변곡점인 ‘2월 28일 피의 일요일’이 있은 이후 3월 2일 아세안 외교부 장관 화상회의 이후이다.

 

이 입장문에서 ‘미얀마 사태에 대한 우려(our concern on the situation in Myanmar)’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처음 표명되었다. 폭력을 시급히 종결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입장문이 미얀마 군부에게 어떤 강제력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3월 중순 이후, 아세안의 입장은 더 단호해진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더 이상 미얀마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한다는 뜻을 밝혔다. ‘내부 문제’라고 했을 때는 ‘주권 존중을 위한 내정불간섭’이라는 원칙이 유지되지만, ‘내부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지역 차원의 문제’라고 인식되었을 때는 아세안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건설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2008년 미얀마와 아세안의 경험에서 이러한 개념이 도출된 것이기도 하고, 아세안 헌장에 있는 ‘아세안공동체’의 성격에 기초한 원리이기도 하다.

 

아세안헌장에는 ‘정부 간(inter-government) 협력체’인 아세안공동체가 ‘법인격체(legal personality)’ 성격을 갖기에 법의 지배에 기초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문제는 이것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법의 지배가 훼손되었을 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로 법의 지배로 복귀시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현재 아세안 헌장에는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3월 중순 이후 이 문제해결을 위해 ‘아세안 고위급 회의’를 가동시키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어떤 권고도 어떤 성명서에 대해서도 말을 듣지 않는 미얀마 군부를 실효적인 리드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아세안정상회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상회의 개최 유무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미얀마 군부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이 종식될 수 있는 해법은 있어야 한다.

 

아세안은 이 미얀마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얀마뿐만 아니라 아세안 내부의 심각한 훼손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아세안은 최근 여러 회원국 내부가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을 첫 번째 안보위협으로 인식했고, 그리고 아세안 내부가 미국과 중국의 싸움터, 그들의 이해 대리자로 전락할 경우 이 또한 심각한 안보위협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태국에서의 시위와 미얀마 군부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첫 번째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우려가 현실화될지 아닐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부딪치는 곳이 바로 ‘아세안’이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2019년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입장(AOIP)’을 제시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아세안 중심의 지역협력체’를 통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과 원칙에 기초해서 보았을 때, 두 번째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세안은 외부의 세력이 미얀마사태에 대해서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아세안이 먼저 미얀마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할 때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역내의 이슈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세안이 현재 현명하게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전자가 도래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후자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즉,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아세안 스스로 미얀마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그리고 한국 정부의 협력으로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타수를 잡아야 한다.

 

4월 초기부터 미얀마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정상회의를 가동시키려고 하고 있다. 많은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월부터 현재까지, 이러한 아세안의 대응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이다.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추동하여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세안정상회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중국과 일본 정부와의 접촉하여 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부이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UN의 보호조치(Responsibility to Protect, R2P)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열어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원국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강력한 조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미얀마 시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무력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아세안이 미얀마사태 해결을 위한 건설적 개입을 가동하기 위해서 주위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즉, 아세안의 주요 대화 상대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역할을 한국 정부가 할 수도 있고,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이 바로 한국과 아세안,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동아시아 역내’ 평화를 위한 중견국 외교를 가동할 때인데, 우리의 외교역량은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참으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가 추동하는 미얀마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실질적인 아세안정상회의의 가동을 위해서 역내 회원국과 역외 대화상대국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서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의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kalli@snu.ac.kr

 

 

최경희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한국동남아연구소와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 비교정치로 박사학위를 수여한 이후,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지역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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